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엄마는..... / 13회 심연민

◎ 자 료/3. 카페 글

by 최안동(圓成) 2010. 5. 10. 13:34

본문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여름 뙤약 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로
온 종일 밭을 매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굳은 일 끝에 찬 밥 한 덩이로 부뚜막에 걸터 앉아
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 손으로 빨래를 해도 그래서
동상 가실 날이 없어도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난 괜찮다 ,배부르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더운 밥 만난 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
슝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가 죄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깍을 수 없게
달아 문드러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허구헌 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손에 들고 소리죽여 우는 엄마를 보고도
아! 그 눈물의 의미를 이 속없는 딸은 몰랐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액자속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았을 때
비로소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인 줄을 알았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어버이날에 이 글을 엄마께 읽어 드렸더니
     울 엄마 하시는 말씀...민아! 니는 절대 그리 살지 말아라! 하시더군요
     오늘은 카네이션 한 송이가  웬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