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지리산에서... / 12회 구선순

◎ 자 료/3. 카페 글

by 최안동(圓成) 2009. 10. 30. 10:46

본문

                          지리산 피아골 전경

 

하늘이며 바람이며 온통 마음 설레게 하는 가을의 중간!
설악산 단풍뿐 아니라 가까이 지리산 단풍도
예년보다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는 진주방송을 보고는
그냥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지리산으로 길을 나섰다.
산청휴게소엔 이른 아침부터 대형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고
눈부신 슬픔이 어린 황금빛 들녘엔
타작하고 남겨진 볏단이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결혼 초 신랑이 모는 경운기를 타고 볏짚을 날랐던 기억도 스치고......

그렇게 지리산 뱀사골 계곡을 끼고 지리산으로 입성.

골짜기마다 단풍 물결을 이루는 모습이 장관인 만큼

노고단에 가기 위해 성삼재를 향하는 길엔 벌써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요즘 한창 사춘기에 접어들어 부모보단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울 딸을 억지로 데리고 갔는데, 기어이 싫은 내색을 온 몸으로 해버린다.

휴게소에서 먹은 우동과 꼬불꼬불한 길 탓인지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하여 문을 열기 직전 차에다가 확인을 시켜버리고......

차는 남편이 뒤처리하게 놔두고 급하게 애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서

흔적들을 지우고 나오니 산바람이 시원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뒤늦게 정리하고 온 남편과 노고단을 오르는 길목에 섰는데

느닷없이 들리는 한마디가 귓전을 때린다.

“선순아! ”

오잉? 누구지?? 하고 보니

창원에 사는 울 친구 외철이가 떡~하니 화장실 앞 바위에 앉아있는 게 아닌가.

“야~ 니 요 웬일이고?”  하하하~~~

바빠서 모임에도 못 나온다던 놈인데 지리산에서 만나다니......크크크

니~ 고마 요~서 정기총회랑 임원진 회의하자 그랬더니

진주 가서 니랑 내랑 모임하자 이런다. 푸하하하~~~

모임에서 집사람이랑 같이 왔다는 친구에게

울 옆지기랑 아이 소개하고 친구 집사람 소개받고

너그는 오데 가노?

우리는 노고단 갔다가 다시 이리 내려올끼다. 너그는?

어~우리는 노고단에서 피아골로 넘어갔다가 창원 갈끼다.

그람 몇 시간 걸리노?

한~ 네 시간 걸릴끼다.

알았다. 조심해서 잘 가라~


그렇게 산을 올라 노고단 대피소에서 간단하게 싸가지고 간 간식을 먹고 있는데

외철이가 오이 한 조각 들고 와선

너그는 머 맛 있는거 싸 왔노?

(고구마를 들어 보이며)고~메! 했더니 죽는다고 웃고

니~ 내 좀 업고 가자 그랬더니

전화해라 그런다.

 

아이 때문에 노고단 정상까진 못가고

돌탑 있는데 까지만 가기로 하고 산을 올라가면서

다정하게 인사를 못했는데 한 번 더 봤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다행히 우리가 목표했던 곳에서 외철이를 또 만났다.

친구 집사람의 질투를 받으며 다정하게(?) 사진도 한 장 찍고

친구와 만남을 끝냈다.


노고단쪽 단풍은 잎이 벌써 말라서 생각만큼 황홀하진 않았고

뱀사골로 다시 내려오다가

남원으로 가는 길인 정령치로 해서 지리산을 돌았는데

정작 단풍은 그 쪽이 더 아름다웠다.

주린 배를 참아가며 눈에 단풍 물들이고

화엄사 입구 백화회관에 가서

상다리가 부러지는 남도정식을 받으니 하루의 피로가 싸~악.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