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의 모든것
최근 들어 정부에서는 퍼블릭 골프장 건설에 더욱 가속을 붙이는 등 퍼블릭 골프장 건설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각 주나 도시, 또는 그 이하의 행정주체, 대학교 등이 부설 퍼블릭 코스를 두고 부담 없는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을 전후한 국내 골프장의 부킹 난은 회원들의 입회비 반환소송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극심했다. 부킹난을 해소하고 골프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퍼블릭 골프장의 확충을 들고 있다. 좁은 국토를 가진 우리나라의 대중 골프장 현황은 어떠한지, 또 확충방안은 없는지 살펴본다.
회원제와 퍼블릭 골프장의 차이
일반적으로 퍼블릭 골프장이라 불리는 비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정식 명칭은 대중 골프장. 고가의 회원권을 구입해서 그 골프장의 회원대우를 받고 라운드의 예약이 가능하게 되는 등 혜택이 주어지는 회원제 골프장과 개념상 대비되는 골프장이다.
현행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체육 시설업은 신고체육시설업과 등록체육시설업으로 구분 된다. 신고체육시설업에는 수영장, 볼링장, 체육도장, 테니스장, 에어로빅장업 등이 있으며 골프연습장의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골프장업은 스키장, 요트장, 빙상장, 승마장, 종합체육시설업 등과 함께 등록체육시설 업에 속한다. 행정적으로 등록은 인허가에 있어 신고보다 훨씬 까다롭고 법령이 정하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정도만 알아두면 될 것이다.
본 법률의 시행령에서는 골프장업을 다시 회원제골프장업과 대중골프장업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실제로 대중골프장 중에도 단독적인 대중 골프장과 회원제 골프장에 딸려있는 대중골프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시행령이 골프 대중화를 위한 장치로 회원제 골프장에 대중 골프장의 병설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즉 18홀인 회원제 골프장은 6홀 이상, 그리고 18홀을 초과하는 회원제 골프장은 기본 6홀에다 18홀에서 9홀을 초과할 때마다 대중 골프장 3홀을 추가토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회원제 27홀 규모의 골프장은 9홀의 대중 골프장을 설치해야 하며, 똑같은 방법으로 36홀에는 12홀 규모의 대중 골프장을 병설해야 한다. 법령이 이렇게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 코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건 왜일까? 병설이 부득이한 사정(공사비용, 부지)으로 곤란한 경우, 병설해야 할 홀의 수만큼 대중 골프장 조성비 명목으로 예치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법률 시행규칙 제 14조가 정하는 이 예치금액은 1홀당 현금 5억원. 예를 들면 18홀 골프장이 6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을 건설하지 않기 위해선 30억을 내면 된다.
이 조항에 따라 대다수 회원제 골프장이 돈을 냈다. 현실적으로 6홀을 건설하는데에는 30억원보다 훨씬 더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태영, 태광 등에서 병설 퍼블릭 코스가 IMF를 맞아 호황을 누린 것이다. 그러자 에버랜드 내의 글렌로즈등 퍼블릭 전용 골프장을 운영하거나 계획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 퍼블릭코스의 현황
대중 골프장을 운영하려면 관할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영업개새 전에 시.도지사 에게 등록을 마쳐야 한다. 이렇게 각 시도에 등록된 대중 골프장은 99년 말 현재 전국에 37개이고 이 가운데 24개가 경기,강원지역에 편중되어 있다. 이중 18홀 이상의 대규모 대중 골프장은 레이크 싸이드(36), 파크 밸리(18), 레익스빌(18), 천안 상록(18), 보문(18), 제이스(18) 등 6개소이며, 대부분 6~9홀로 돼있다.
99년 12월 현재 문화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건설중인 대중 골프장은 23개 정도이나 공사 진척률이 각각 크게 차이를 보여 올해 안에 개장할 골프장의 수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공사중인 대중 골프장 가운데서 이목을 끄는 곳은 여주에 건설되고 있는 18홀 규모의 남여주 대중 골프장으로 약 90%의 공정이 진행중이다. 남여주 골프장은 경기도 지역 회원제 골프장들이,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중 골프장 병설 대신에 예치한 1홀당 5억원씩의 대중 골프장 조성비로 마련된 약 4백억원(현금 약 285억, 이자 포함된 금액임)을 기금으로 해서 건설되고 있는 곳이다. 예치금을 납부한 회원제 골프장들을 주주로 하고 한국체육진흥공단이 경영하는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관(官)이 나서서 골프 대중화를 추진 하는 첫 구체적인 결실이라는 데에서 의미있는 일로 보이며, 그 경과를 지켜볼 일이다.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대도시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비용도 생각만큼 많이 들지 않아 이미 많은 골퍼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일단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고 일부를 제외하곤 캐디를 의무적으로 동반하지 않아도 돼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의견이다.
규모에 따라, 그리고 위치와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9홀 기준 그린피는 주중 3만~4만원선, 주말엔 1만원 정도 더 든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캐디 동반이 의무로 돼있는 곳이라면 1백(BAG)당 약 1만원의 캐디피가 추가된다. 물론 18홀의 경우는 비용이 거의 두배이고, 9홀 골프장에서도 2라운드를 돌면 18홀을 돈 것과 비슷한 운동량과 기분을 얻을 수 있다.
18홀 미만의 퍼블릭 골프장은 입장료에 특별소비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으며, 18홀 이상에는 1만 2천원의 특소세가 요금에 포함돼 있다. 18홀 이상 퍼블릭 골프장의 특소세는 지난해 말까지 면제된다, 안된다를 놓고 혼선을 빚었다.
골퍼들은 보통의 대중 골프장에서 회원제 골프장과 같이 대규모의 클럽하우스나 부대시설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라커룸, 샤워실, 식당 등의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별로 불편한 사항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티 오프 타임은 대개의 대중 골프장들은 도착순으로 정해주지만, 예약이 필수인 곳도 적지 않으므로 사전에 해당 골프장에 대한 정보를 알아둬야 한다. 그리고 개중에는 베어스타운이나 대명 홍천골프장 처럼 하절기 에는 대중 골프장으로, 동절기에는 스키장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어 골프장 영업여부를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서울 시내에는 7홀 규모의 뚝섬 골프장이 유일하게 영업중이다.
골프대중화와 퍼블릭 골프장
현재 국내 퍼블릭 골프장은 그 수요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굳이 골프 인구 3백만이라는 별 근거가 없는 수치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일단 라운드할 수 있는 기회얻기가 좀처럼 쉽지 않음을 느끼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은 것으로 봐도 그렇다. 골프장 짓기가 무슨 탁구장이나 농구장 만들기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골프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우선 정부 당국의 진정한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골프와 골프장을 '사치'와 결부시키는 생각이 뿌리깊이 박혀 있는 이상 대중화는 요원한 바램으로 그칠 것이 때문이다. 국토의 개발이 아닌 훼손 측면만 강조하는 것이 건전한 국토사랑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들린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골프를 생활화하고 있는 강국들의 예는 골프망국론자의 염려가 기우(杞憂)임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이제는 이른바 '골프 외교'라 하여 골프를 정책적 측면에서 이용하고 있다. 외화 벌이는 둘째 치고라도, 딱딱하게 각인된 국가 이미지의 순화라는 측면에서의 효과는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은 것이다. 골프를 즐기고 싶은 국민의 열망을 아직도 '참으라'는 설득으로 무마시킬 수 있다고 믿는 구태의연함을 버려야 할 때다.
퍼블릭 코스의 경우 환경을 크게 파괴하지 않고도 건설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가가 싸다고 해서 무조건 산지에다 골프장을 건설하려 하기 때문에 무리한 토목공사로 공사비가 치솟고, 환경단체의 원성도 사게 된다는 얘기다. 야산을 끼고 있는 시골 작은 마을을 사들이면 자연 상태를 크게 건드릴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토목 공사비도 대폭 줄일수 있어 결과적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기껏해야 수십가구가 모여 있는 우리네 시골마을을 생각할 때 아주 비현실적인 발상은 아닌 듯 싶다. 다만, 이 경우에 주민과의 충분한 합의와 만족할 만한 보상이 반드시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잘 연구하면 이밖에도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경제적인 대중 골프장을 건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 사업자들도 대중화의 의지를 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골프장은 퍼블릭 골프장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자금난을 겪게 되자 회원모집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그런식으로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다보면 대중 골프장 확충이라는 골프계 전체의 주장과 국민적인 대중화 염원이 힘을 잃게 된다.
한편, 이름뿐인 대중 골프장이 많다는 골퍼들의 불평도 적지 않다. 선착순 라운드가 아닌 예약제 라운드는 대중 골프장의 본질적 측면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또 어떤 9홀짜리 골프장을 두번 돌면 오히려 18홀 보다 비용이 더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업자들은 대중 골프장의 진정한 설립목적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비싸고 예약해야만 라운드가 가능하다면 대중 골프장으로서의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값비싸고 예약이 필요한 대중 골프장도 필요하다. 요는 돈이 될 것 같다고 고가 골프장 일색으로 나가거나 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중 골프장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는 것도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치는 사람이 없어서 짓지 않는 것인지 골프장이 없어서 못치는 것인지를 신중히 조사해 지역마다 균형있는 건설이 필요하다. 향후 골프는 생활이요 시회전반에 파급되는 효과가 큰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골프장의 격차가 지역의 격차를 말하는 시대가 곧 다가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골퍼들 자신이 대중화의 참뜻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골프의 대중화를 골프를 아무나 또는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골프 대중화는 골프에 스며있는 긍정적 측면을 몸에 익히고 골프를 우리 생활과 문화의 자연스런 일부분으로 받아 들이자는 뜻일 것이다. 이제 막 골프 대중화 시대가 열리려 하는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로서 올바른 골프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초창기 골프에 대한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것은 잠깐이었지만 그 삐뚤어진 시각을 바로 잡는 데에는 수십년 세월이 걸리고 있음을 목격해 왔다. 여유있는 아음으로 선착순 라운드를 하고 순서를 기다릴 줄 아는 자세, 예약에 대한 건전한 인식과 투명성이 지켜지도록 모두가 노력하는 자세야 말로 진정한 골프 대중화를 앞당기고 다지는 길임을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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