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운동을 못하는 핑계는 여러 가지다. 그중 가장 많은 핑계는 ‘시간이 없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 20분, 돈들이지 않고 특별한 기구도 없이, 집 안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면? ‘그런 운동이 어디 있어?’ 하겠지만 있다! 바로 108배 운동법이다.
불교 신자들의 전통적인 수행법인 108배가 운동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 2007년 sbs ‘sbs스페셜-0.2평의 기적: 절하는 사람들’이 방영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얼마 전 kbs ‘생로병사의 비밀-뇌를 깨우는 108배’를 통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하루 20분 정도 절을 하는 것만으로 병을 고치고 살을 빼고 집중력이 좋아지고 마음의 평화까지 얻을 수 있다는 108배 운동법. 하지만 바르게 하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데…. 제대로 하는 법을 알아봤다.
종교에 관계없이 108배를 해야 하는 이유
1 다이어트 효과 만점의 저강도 유산소 운동
108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그것도 나쁜 활성산소 발생을 줄여주는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다. 또한 전신운동이기도 하다. 절을 하려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위의 근육과 관절들을 다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스트레칭하는 효과도 있고 근육도 늘어난다. 실험 결과, 걷기 운동보다 다리 근육 증가에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08배를 하려는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이 운동의 다이어트 효과에 주목한다. 108배는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러운 동작 때문에 ‘저게 운동이 될까’ 싶지만, 실제로 해보면 땀이 쏙 빠질 정도로 칼로리 소모가 많은 운동이다. 108배를 10여 분간 하면 약 90kcal 정도의 열량이 소비된다. 이는 조깅과 비슷한 효과. 한 시간 동안 절을 했을 경우에는 축구나 테니스를 하는 것과 비슷하고 탁구, 자전거 타기보다 훨씬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서 간편하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므로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으로 최고다. 또한 108배를 하면 허리와 배를 지속적으로 접었다 펴는 굴신운동이 일어난다. 곧 위장과 대장 등 소화기관의 운동을 활발하게 돕는 것이다. 장기를 운동시켜 소화효과를 높이고 변비를 없애는 것 역시 비만 치료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2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
성인병은 대체로 당뇨, 고혈압, 암, 심장병, 동맥경화 등을 말한다. 이런 질병들은 주로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비만과 스트레스, 환경오염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생활형 질병이다. 성인병은 꾸준한 치료와 운동, 규칙적인 생활로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비교적 적은 108배야말로 당뇨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최적의 운동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동양의학적으로 볼 때, 108배를 하면 심장의 뜨거운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고 신장의 차가운 기운은 위로 올라오는 ‘수승화강(水昇火降)’ 현상이 일어난다. 이 수승화강이 일어나지 않으면 화병이나 피로가 생기고, 감기에 자주 걸리며, 불면증과 우울, 노이로제와 당뇨, 소화불량, 고혈압, 관절염, 디스크 등이 생기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본다.
호흡에 맞춰 절을 하다보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단전호흡이 이뤄져 저절로 수승화강이 이뤄진다. 또한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나온 실험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108배를 하면 혈당 수치가 현저히 떨어질 뿐 아니라 혈당의 변화폭도 줄어든다고 한다. 당뇨병 환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다리와 발을 움직이기가 불편한데, 108배는 이들도 무리 없이 하기 좋은 운동이다. 108배는 정신집중으로 인한 명상효과가 있어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고혈압에도 좋은 운동임이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바른 자세로 무리하지 않고 알맞게만 한다면 관절염 환자들에게도 좋은 운동이다. 무릎에 고여 있던 좋지 못한 기운들이 모두 빠져나가 무릎 관절이 강화되고 주위 근육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척추와 어깨, 골반, 다리 등이 바르게 교정되는 효과도 있다. 바른 호흡법으로 108배를 하면 저절로 단전호흡이 되는데, 이 때문에 만성 피로가 사라지고 절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정신이 명징해지고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3 집중력을 키워주는 108배, 자녀와 함께하면 더 좋다
최근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108배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08배가 수험생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나온 뇌파 측정 실험에 따르면 절 수행은 집중력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3천 배를 끝낸 이의 뇌파를 분석해본 결과 집중도가 30%나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절 수행을 하고 난 사람들은 또한 하나같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심지어 108배는 잠자는 뇌도 깨운다. 대뇌 피질 두께를 측정해본 결과 10여 년 동안 108배를 꾸준히 해온 사람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두꺼운 대뇌 피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108배 수행을 오래하면 자기 내부를 성찰하고 감정 조절과 인지 기능을 잘 통합하며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효과 100배, 제대로 절하는 법
‘절에도 방법이 있느냐’, ‘하다보면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다’고들 말하지만,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절을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서울 광진구 군자동 ‘법왕정사’ 주지 청견스님은 자신의 절 수행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래전부터 ‘108배 수행법’을 가르쳐왔다. 그는 젊은 시절 교통사고로 3년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워 지내다가 두 사람의 부축을 받아 절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부축을 받고도 하루 세 번 정도밖에 하지 못했지만 100일 정도 지났을 때는 혼자서 절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가파른 산을 뛰어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고. 하루 3천 배씩 1천 일 동안 총 300만 배를 해낸 청견스님은 그 경험을 통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는 절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청견스님이 강조하는 ‘제대로 절하는 법’의 핵심은 호흡법이다. 호흡을 제대로 해야 절하는 동안 복식호흡, 나아가서 단전호흡이 된다. 하지만 초보자의 경우 호흡에 신경을 쓰다보면 동작까지 엉켜버리기 쉽다. 일단은 동작 위주로 연습을 하고 동작이 익숙해지면 호흡에 유의하며 절을 해야 한다.
108배 제대로 절하는 법
※ 호흡을 할 때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들이쉴 때는 코로, 내쉴 때는 입으로 한다는 것. 입으로 숨을 들이쉬면 목이 붓고 비염이 생긴다.
1 합장하기
양손의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까지 완전히 마주 붙인다. 합장한 손끝이 코끝, 배꼽과 일직선이 되게 명치 앞에 놓는다. 팔꿈치는 겨드랑이에서 약간 떨어뜨린다. 똑바로 서서 양 뒤꿈치와 양 엄지발가락, 양 무릎을 붙이고 엉덩이 근육을 살짝 조인다. 허리와 가슴과 어깨를 펴고 얼굴엔 밝은 미소를 띤다. 발가락 끝은 방석 끝에 위치하게 한다.
2 무릎 꿇고 앉기
숨을 들이쉬면서 허리를 편 상태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앉는다. 새끼발가락까지 모든 발가락을 꺾어 발은 발뒤꿈치가 벌어진 v자 모양이 되게 한다. 양 무릎을 붙이고 엉덩이는 벌어진 두 발뒤꿈치 사이에 오도록 앉는다. 앉을 때 얼굴이나 어깨, 허리, 엉덩이가 좌우로 흔들리면 안 된다.
3 두 손으로 바닥 짚기
손가락을 가지런히 붙이고 숨을 내쉬면서 손과 손 사이를 자신의 얼굴 크기만큼(또는 주먹 두 개 넓이만큼) 벌려 앞쪽 바닥을 짚는다. 손을 너무 넓게 짚으면 허리가 아프고 좁게 짚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몸을 약간 앞으로 내밀면서 동시에 왼발을 오른발 위로 포갠다.
4 바닥에 머리 대기
이마를 바닥에 대는 동시에 엉덩이를 두 발뒤꿈치에 붙인다. 손바닥을 위로해서 귀 옆에 놓고 팔꿈치는 무릎과 주먹 하나 정도 사이를 두고 바닥에 댄다. 배와 가슴은 허벅지 앞부분에 닿게 하여 몸을 완전히 낮춘다.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후 귀 높이까지 살짝 쳐드는 자세를 취한다. 이를 접족례라고 하는데, 내 손바닥으로 부처님 발을 받쳐 올린다는 의미다. 종교적인 의미가 싫다면 접족례는 하지 않아도 좋다. 이때 숨은 계속해서 가늘고 길고 부드럽고 고요하게 내쉰다. 머리를 대는 자세에서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5 뒤로 빼면서 합장하며 앉기
접족례를 했던 손바닥을 다시 아래로 향하게 돌리고 팔을 펴 바닥을 짚으면서 ②번 자세로 돌아온다. 접족례를 하지 않았다면 이마를 바닥에 대고 잠시 멈춘 상태에서 머리를 들고 팔을 편다. 뱉어내던 날숨을 멈추고 포개놓았던 발을 v자로 만들며 다시 발가락을 꺾으면서 앉아 합장한다. 엉덩이는 두 뒤꿈치 사이에 놓는다.
6 일어나기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면서 발가락의 힘과 몸의 탄력을 이용해 일어나 ①번 자세로 돌아온다. 일어나면서 발뒤꿈치를 붙이고 엉덩이 바로 밑 근육 ‘사두박근’을 조인다. 이때 숨을 들이쉬면 단전까지 숨이 쏙 빨려 들어간다. 일어설 때는 엉거주춤하지 말고 가슴을 펴고 바르게 섰다가 다시 절을 시작한다.
108배 운동법에 대해 더 궁금한 것들
●절을 하다보면 너무 지루해요.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108배를 할 때 지루하다는 건 재미가 없다는 뜻. 그렇다면 왜 재미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불교적 해석에 따르면 이는 마음에서 번뇌와 망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것을 없애는 방법은 동작과 호흡과 마음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것이다.
또한 마음 수련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발 동작 하나하나에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가락이 굽혀지고, 포개지고, 다시 굽혀지는 것에 마음을 집중하면서 횟수를 세어나가다 보면 번뇌 망상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108배를 할 때 방은 더운 것이 좋은가요, 추운 것이 좋은가요?
절하는 곳은 추워서는 안 된다. 특히 바닥이 차가우면 절대 안 된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는 말도 있다. 발은 피를 펌프질하는 곳이다. 발이 차가우면 몸에서 땀이 나지 않는다. 때문에 바람이 불거나 바닥이 차가운 곳은 피해야 한다. ‘두한족열’(頭寒足熱: 발은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움)이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하다보니 무릎 관절이 아파요. 절을 계속 해야 할까요?
무릎 관절이 아플 때는 절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어느 정도 관절이 치유되었을 때 조금씩, 천천히 절을 하면서 관절 주위의 근육을 강화시켜줘야 한다.
절을 해서 무릎이 아프다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절을 너무 빨리 하는 경우다. 절을 너무 빨리 하면 관절에 무리가 오고 무릎을 바닥에 쿵쿵 찧을 수도 있다. 108배를 하는 데 걸리는 적당한 시간은 17~20분 정도다. 또 하나는 바닥에 적당한 방석을 깔지 않고 맨 바닥에서 하는 경우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해도 무릎을 다칠 수 있다. 방석은 너무 두꺼워도 얇아도 안 된다. 또한 절을 하는 장소가 따뜻해야 근육이 부드럽게 이완된다.
●절한 횟수를 자꾸 까먹어요. 횟수를 쉽게 세는 방법 있을까요?
호흡과 동작에 신경을 쓰다보면 호흡도 잊어버리고 절한 횟수도 잊기 쉽다. 물론 절을 운동으로 하는 사람들의 경우 108이라는 숫자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아예 ‘20분 동안 하겠다’ 하고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그 상징적인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는 사람은 호흡에 맞춰서 절을 세어보자. 먼저 서 있다가 기마자세로 내려갈 때, 숨을 들이마시며 ‘하나’를 센다. 접족례를 올리며 숨을 길게 내쉬면서 또 ‘하나’를 센다. 마지막으로 합장하고 숨을 들이쉬며 다시 일어나면서 ‘하나’를 센다. 이렇게 절을 올리면서 한 동작에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도합 세 번 횟수를 세면 된다. 물론 이렇게 해도 처음에는 횟수를 잊어버리거나 기도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이 몸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지고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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