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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처녀의 혼사 이야기

◎ 자 료/4. 잡 동산

by 최안동(圓成) 2009. 5. 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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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처녀의 혼사 이야기

옛날에 한 처녀가 넉넉한 집안에서 자라다 보니

눈만 높아져 신랑감을 지나치게 가리다가

그만 혼기를 놓쳐 노처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노처녀가 되어 있음을 깨달았지요.


하여 지금부터는 중매가 들어오면 눈높이를 낮추어 꼭 시집을 가고야 말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참에 어느 날 마침 고대하던 중매쟁이가 찾아왔습니다.

중매쟁이는 처녀가 신랑감을 워낙 가린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아예 네 사람의 신상명세서를 들고 찾아왔지요.


중매쟁이는 "낭자! 들어보구려.


낭자가 마음에 들어할만한 멋진 총각들을 네 명이나 델구 왔수.

낭자도 이제 왠만큼 나이가 찼으니 이중에서 잘 골라보우" 하면서 그들의 신상을 읊조리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한 총각은 머리가 명석한데다가 공부를 아주 많이 해서 문장가로 근동에 널리 알려진 선비라오.

조만간에 과거에 합격할 것이 틀림없으니 벼슬길은 무척 순탄할 것이오"


"다음으로는 이순신 장군처럼 말 타기와 활쏘기를 잘하기로 소문이 난 씩씩한 무인이랍니다.

만일 외세가 침입하면 나라의 동량이 될 인재이며 영웅의 상입니다"


중매쟁이가 여기까지 단숨에 설명을 하며 곁 눈길로 슬쩍 처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처녀는 이야기를 듣기만 할 뿐 표정 없는 얼굴엔 그다지 솔깃 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아무리 가물어도 절대 물이 마르지 않는 저수지 아래에 비옥한 농토를 많이 가진 근동에서 최고 부잣집 아들입니다.

아무리 날이 가물더라도 이 집의 논에서는 해마다 많은 수확을 올립니다."


"중매쟁이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남은 총각을 소개하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총각은 낭자가 어찌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건강하고 정력이 매우 강한 청년입니다."

" 그 총각의 뻗쳐나온 양근(陽根)에 돌을 가득 담은 큰 주머니를 끈에 걸고

허리를 움직여 빙빙 돌린다면 그 돌 주머니가 머리 위까지 넘어가며 휙 휙~ 돌려대는 그런 청년이랍니다."

"낭자~ 어때요?

이 넷 중에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총각이 있다면 한 사람을 골라보는 것이 어때요."


소개를 마친 중매쟁이는 이 중에서 고르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며 왠만하면 이들 중에서 평생의 동반자를 고르라고 재촉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처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윽고 노래를 지어 화답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마도 중년에 홀로되신 우리 님들이 필요에 의해 배필을 찾아 나설적에 좋은 길잡이가 될 만한 내용인 듯합니다.


"공부를 많이 해서 글을 잘 짓는 선비는 뜻이 너무나 넓어서 아내만 죽도록 고생시킬 것이고,

활을 잘 쏘는 무인은 영웅의 기개가 있으니 작은 일에는 꿈적도 않다가 전쟁터에 나가 죽는 일이 일 수이니 걱정스럽습니다.

물 마르지 않는 저수지 아래 아무리 좋은 논을 가졌다 하더라도 물 마르는 흉년이나 장마철 홍수에는 어쩔 수 없을테고 해서,

소녀 생각에는 역시 돌 주머니를 걸어 머리 위까지 돌리는 그 억센 청년이 맘에 쏙 든다고 아뢰오.


'이렇게 말하며 처녀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고 하는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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