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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곡장(好哭場)

◎ 내 삶에 대하여/4. 좋은 글

by 최안동(圓成) 2013. 12. 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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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곡장(好哭場)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 희로애락의 감정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기본 감정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변하는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고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슬플 때 울지 못하고,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하고, 화날 때 화내지 못하고 사는 것도 인생의 큰 불행 중에 하나입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 속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모두 적절하게 표현하고 산다면 어쩌면 가슴 후련하고 상쾌한 인생일 수도 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였던 연암 박지원은 이런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 뒤에는 울음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뻐도 울고, 슬퍼도 울고, 화나도 울고, 즐거워 우는 것이 울음이라는 것이지요.

울음이야말로 모든 감정을 통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는 겁니다.

연암일기에 보면 연암이 만주 벌판 넓은 땅을 지나갈 때 이렇게 표현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好哭場이니 可以哭矣로다!

울기 좋은 장소니 한번 실컷 울어볼 만한 곳이로구나!

너른 만주벌판을 바라보면 연암이 외쳤던 한 마디는 호곡장(좋을 호자에 울 곡자, 장소 장)

자, 울기 좋은 장소이니 한번 실컷 울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이 수행하던 정진사가 아니 천지간에 이렇게 넓은 땅을 보고 겨우 울기 좋은 땅이라는 것은 무슨 이유냐고 묻습니다.

遇此天地間大眼界/忽復思哭何也오?

이때 연암은 이렇게 대답하지요

千古英雄善泣이오 美人多淚라!

천고 영웅들은 모두 잘 울었고, 미인들은 눈물이 많았다!

영웅은 잘 울었고 미인은 눈물이 많았다는 연암의 철학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원- ‘열하일기’중에서~

 

       

 

가슴 속에 답답하게 쌓인 것을 풀어내는 데는 소리보다 빠른 것이 없고, 사람이 내는 소리 중에 울음보다 직접적인 것이 없다고 한다.

갓난아기는 왜 태어나면서 고고(呱呱)의 울음을 터뜨리는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근심 때문에?

천만에. 갓난아기는 통쾌하고 시원해서 운단다.

그는 열 달 동안 엄마 뱃속에서 캄캄하고 답답했다.

팔다리를 조금만 내뻗어도 태에 가로막혔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드넓은 곳으로 나와 손과 발을 마음껏 쭉 뻗어도 더 이상 아무 걸리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통쾌한 마음이 참된 소리가 되어 한바탕 울음으로 터지는 것이란다.

이울음이야말로 일체의 거짓이 배제된 진정한 울음이 아닌가 싶다.

 

간혹 울고 싶어도 남의 눈치 때문에 울지 못하고, 남자라서 울지 못하고,

잘 울지 못하면 영웅이아니라는 연암의 철학을 돌아보면서 어디서 한 번 실컷 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울고 싶을 때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세상살이가 힘겨울 때 소리 내어 울음보를 터뜨려보세요.

그럼 한결 정신도 맑아지고 건강에도 참 좋습니다.

 

좋을 호자[好], 울 곡자[哭], 장소 장[場] = 好哭場

울기 좋은 덕유산 국립공원 설천봉입니다.

실컷 한번 울어볼 만한 곳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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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13~14 (1박2일) 우건회 친구들과 무주에서 동계훈련 함. -圓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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